1년을 일했는데 퇴직금이 없다고요?

카테고리: 일과 커리어

2시간짜리 수업 하나를 위해 강사는 책을 읽고, 자료를 만들고, 과제를 채점합니다.

그 시간을 계약서에 넣느냐 마느냐를 두고 대학 강사들의 소송이 4년째 이어지고 있어요.

'주 15시간'이라는 선과 프리랜서 세금이 3.3%에서 2.2%로 줄어드는 소식까지 살펴볼게요.

2시간 강의 뒤에 숨은 시간

강원도의 한 대학 강의실, 오후 1시 수업을 앞두고 황모씨(58)의 하루는 오전 6시 30분에 시작됩니다.

2시간 강의를 위해 책과 논문을 검토하고, 자료를 만들고, 과제를 채점해야 하거든요.

이렇게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은 계약서에 없어요. 그래서 대학은 강의 시간만 일한 시간으로 계산하고, 급여를 지급합니다.

문제는 강의료만이 아닙니다.

계약서에 적힌 시간이 짧으면 퇴직금을 받을 자격까지 사라지거든요.

퇴직금을 받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같은 곳에서 1년 이상 일해야 하고, 4주 평균으로 일주일에 정해진 근로시간(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이어야 해요.

둘 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원칙적으로 퇴직금 대상에서 빠집니다.

퇴직금 | 1년 이상 일해도 원칙적으로 받지 못한다

주휴일 | 정해진 근무일을 모두 일해도 법정 유급 주휴일이 적용되지 않는다

연차휴가 | 법정 연차가 생기지 않는다

여러 곳에서 일해서 15시간이 넘는 것은 적용되지 않아요.

원칙적으로 일하는 곳마다 따로 봅니다.

그럼 계약서 시간과 실제 시간이 다르면 어떻게 될까요?

카페에서 주 14시간으로 계약한 민지 씨가 있습니다.

계약서에는 14시간이지만 마감 정리와 재고 확인 때문에 매주 두 시간씩 더 일하고 있어요. 실제 근무는 16시간인 거죠.

이럴 때는 계약서 문구만으로 판단이 끝나지 않을 수 있어요.

또 실제로 16시간 일했다고 바로 퇴직금 조건을 채우는 것도 아닙니다.

늘어난 두 시간이 어쩌다 생긴 연장근무인지, 처음부터 매주 하기로 정해진 시간인지, 사장이 반복해서 시킨 일인지를 함께 살펴봐요.

이렇게 '계약서에 적힌 시간'과 '실제로 일한 시간'이 다를 때 법원은 실제를 들여다보는데요.

결론적으로 손님이 몰린 날 가끔 2시간 더 일한 것이라면 퇴직금 대상이 아니고,

계약서와는 다르게 지속적으로 2시간씩 더 일한 것이라면 퇴직금 대상이 됩니다.

시간강사는 강의 한 시간만 일한 걸까요?

2024년 7월, 대법원은 시간강사가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근로자'인지를 강의 시간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강의 준비와 학생 관리, 시험 채점처럼 강의를 하면 반드시 함께 해야 하는 일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취지예요.

대법원은 전임교원의 주당 수업 기준과 정부가 2019~2022년 시간강사 퇴직금을 지원할 때 쓴 기준을 근거로, 강의 시간의 3배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고, 다른 사정도 함께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어요.

이 기준대로라면 일주일에 5시간 강의한 강사는 준비와 평가를 합쳐 15시간을 일한 것으로 산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해 8월 광주지방법원은 이 기준을 적용해 소송을 낸 강사 7명에게 퇴직금 등을 주라고 판결했어요.

함께 소송을 냈지만 일주일에 4시간을 강의한 1명은 3배를 해도 15시간이 안 돼 받지 못했고요.

3.3%를 떼는 프리랜서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어요.

여기서 먼저 구분할 게 있습니다. 정말 독립적으로 일하는 프리랜서라면 주 15시간을 넘게 일해도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퇴직금 제도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일한 대가에서 3.3%를 떼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노동법상 프리랜서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에요. 계약서에는 프리랜서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로는 회사의 지휘와 감독을 받으며 일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거든요.

진짜 프리랜서는 이런 경우예요.

영상 편집자 A씨가 여러 업체의 일을 자유롭게 받고, 출퇴근할 필요도 없고, 언제 어디서 편집할지도 자신이 정하고,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발주자가 구체적으로 지휘하지 않는다고 해 보죠.

A씨가 한 업체 일을 매주 30시간 한다고 해도 독립사업자라면 주 15시간 기준 자체를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퇴직금 적용 대상인 '근로자'가 아니니까요.

반면 이름만 프리랜서인 경우는 이렇습니다.

카페 직원 B씨가 계약서에는 '프리랜서 용역계약'이라고 쓰고 매달 3.3%를 떼지만, 사장이 출근 시간을 정하고, 근무표대로 출근해야 하고, 업무 지시를 받고, 자기 대신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보낼 수 없고, 가게 시설과 장비를 사용해 일한다면 이 사람은 3.3%를 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에서는 사업자등록을 했거나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그러니 "3.3%를 떼니까 나는 퇴직금과 상관없어"라고 미리 결론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퇴직금을 가르는 첫 번째 숫자는 3.3%도, 15시간도 아닙니다. 내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일했느냐가 먼저입니다.

프리랜서의 소득세율이 줄어들 수 있어요.

정부 세제 개편안에는 인적용역 사업소득에서 미리 떼는 소득세율을 3%에서 2%로 낮추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지방소득세까지 더하면 3.3%가 2.2%가 돼요. 다만 아직 국회를 통과한 확정 제도는 아니고, 통과되면 내년부터 적용됩니다.

연간 인적용역 대금이 4500만원이라면 미리 떼는 금액이 148만5000원에서 99만원으로, 49만5000원 줄어들어요.

그렇다고 최종 세금이 그만큼 깎이는 것은 아닙니다.

3.3%는 세금을 임시 보관함에 먼저 넣어 두는 돈에 가깝거든요.

2.2%로 내려가면 보관함에 넣는 돈이 줄어들 뿐이고, 진짜 세금은 소득과 필요경비, 공제를 반영해 다음 해 5월에 정산합니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돌려받는 돈이 줄거나, 오히려 더 내야 할 수도 있어요.

예누의 생각

오늘 이야기는 정규직으로 오래 일해 온 분에게는 조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매달 월급을 받고 퇴직금과 사회보험이 당연한 환경에서 일해 왔다면, '주 15시간'이나 '3.3%'를 내가 따져볼 이유가 별로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의 일하는 모습은 생각보다 자주 바뀝니다. 은퇴 뒤에는 짧게 강의를 하거나 다른 일을 시작할 수도 있고, 자녀가 첫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도 있습니다.

친구나 동생이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할 수도 있고요.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에게는 반대로 누군가의 근무시간을 어떻게 계약하고 기록할지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처음 일하는 사람에게 계약서는 어렵습니다. '소정근로시간'이 무슨 뜻인지, 3.3%를 떼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모르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문제는 모른 채 서명한 작은 숫자 하나가 몇 년 뒤에는 꽤 큰 차이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정보일수록 혼자 알고 끝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녀가 첫 아르바이트 계약서를 받아오면 '얼마 받니?'만 묻지 말고 '일주일에 몇 시간으로 적혀 있니?'도 함께 봐 주세요.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한 친구가 있다면 '3.3% 떼니까 무조건 프리랜서인 건 아니래'라는 말도 건네주시고요.

가게를 운영한다면 계약서에 적은 시간과 실제로 부탁하는 일이 너무 멀어지고 있지는 않은지도 한 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권리를 지키는 데 꼭 소송까지 가야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일을 시작할 때 한 번 더 묻고, 계약서를 함께 읽고, 일한 시간을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좋은 사회란 모든 사람이 노동법을 잘 외우고 있는 사회가 아니라, 누군가 잘 모르고 서명하려 할 때 옆 사람이 "잠깐, 이것도 한번 보자"고 말해주는 사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 글이 당장 내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언젠가 일을 다시 시작할 나에게, 처음 일을 시작할 자녀에게, 그리고 내가 아끼는 누군가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