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휴대폰, 노트북 가격. 언제 사는 게 좋을까?

카테고리: 소비와 생활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바꾸려고 알아보다 보면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놀라게 됩니다.

올해는 이미 나온 제품의 가격까지 오르고 있는데, 그 뒤에는 AI가 일으킨 '메모리 대란'이 있어요.

가격이 왜 이렇게 오르는지, 이 대란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럼 우리는 언제 사는 게 좋을지 차례로 살펴볼게요.

휴대폰, 노트북 가격은 왜 계속 오를까요?

보통 전자제품은 출시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내려가요.

그런데 올해는 반대로 오르고 있습니다.

맥북 네오 | 99만원 → 119만원(+20만원)

맥북 프로 16형 | 369만원 → 499만원(+130만원)

아이패드 프로 11형 | 159만9,000원 → 199만9,000원(+40만원)

갤럭시 북6 14형 256GB | 171만원 → 188만5,000원(+17만5,000원)

갤럭시 S26 울트라 1TB | 254만5,400원 → 282만1,500원(+27만6,100원)

이렇게 오르는 이유는 휴대폰과 노트북 속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에 있어요.

메모리는 기기가 다루는 정보를 잠시 또는 오래 담아 두는 반도체인데, 이 메모리의 가격이 1년 넘게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뜻하는 칩(chip)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쳐 '칩플레이션'이라고 부르고 있고요.

메모리 대란,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출발점은 AI입니다.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빅테크들이 메모리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거든요.

그것도 지금 쓸 물량만이 아니라 몇 년 뒤에 쓸 물량까지 미리 계약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김장철 배추와 비슷해요.

큰 식당들이 배추밭을 몇 년씩 통째로 계약해 버리면, 동네 마트에 남는 배추는 줄고 가격은 오르겠죠.

다만 차이가 있다면 반도체 공장은 배추밭처럼 쉽게 늘릴 수 없습니다.

공장을 짓고 장비를 들이고 고객사의 품질 인증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공장을 한꺼번에 늘릴 수 없으니, 메모리 회사들은 이익이 더 큰 AI 서버용 메모리부터 만듭니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서버용 D램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렸다고 밝혔어요.

그만큼 PC와 휴대폰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는 순서가 뒤로 밀리게 되고요.

그 결과 PC에 들어가는 범용 D램의 가격은 이렇게 올랐습니다.

2025년 4월(약 2,200원) | 1.65

2025년 9월(약 8,400원) | 6.3

2025년 12월(약 1만2,400원) | 9.3

2026년 3월(약 1만7,400원) | 13

2026년 5월(약 2만6,800원) | 20

2026년 7월(약 3만2,100원) | 24

2026년 9월(약 3만4,800원) | 26

source=디램익스체인지 월평균 고정거래가격(제조사끼리 대량으로 거래하는 가격). 연합뉴스·글로벌이코노믹·한국경제·파이낸셜뉴스 보도 기준. 괄호 안 원화는 모든 시점에 2026년 10월 8일 원·달러 환율 1,338.5원을 단순 적용한 것으로, 그달의 실제 원화 가격과는 다르다. 매장에서 파는 메모리 가격과도 다르다.

1년 반 사이에 1.65달러(약 2,200원)이던 가격이 26달러(약 3만4,800원)가 됐어요.

위 금액은 제조사끼리 대량으로 거래하는 가격이라, 우리가 매장에서 사는 메모리 가격과는 많이 다릅니다.

매장에서 파는 메모리는 메모리 제조사 → 모듈 제조사 → 총판 → 유통사 → 소매점을 거쳐 소비자에게 오지만, 애플 같은 완제품 회사는 메모리 제조사에서 직접 사니까요.

차트의 가격은 1GB짜리 칩 하나의 가격이에요.

메모리 16GB 노트북이라면, 단순 계산으로 약 26달러(약 3만5,000원)이던 메모리가 약 416달러(약 55만7,000원)가 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노트북에는 이와 다른 종류의 메모리가 들어가고 회사마다 계약 가격도 달라 실제 원가와는 차이가 있어요.

그래도 메모리 원가 부담이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죠.

그럼 이 메모리 대란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그 답을 위해 이것 먼저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영업이익률 80%, 계속될 수 있을까요?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서 메모리를 만드는 회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어요.

세계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세 회사가 대부분을 나눠 갖고 있습니다.

마이크론은 9월 초 끝난 분기에 미국 회계기준으로 영업이익률 80.7%를 기록했어요. 100원어치를 팔아 80원 넘게 이익으로 남겼다는 뜻이죠.

SK하이닉스는 2분기 76%였고, 아직 발표 전인 3분기는 증권사 예상 평균이 78.3%입니다.

이게 얼마나 이례적인지는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보면 보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2%, 제조업은 6.9%였어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4.9%로, 1년 전과 같았습니다.

보통의 회사가 100원을 팔아 5~7원을 남길 때, 최근 마이크론 실적과 SK하이닉스 3분기 예상치만 놓고 보면 메모리 회사는 80원 가까이 남기는 거죠.

문제는 메모리를 사는 회사들도 이 숫자를 안다는 것입니다.

빅테크와 휴대폰·노트북 제조사가 이 가격을 언제까지 순순히 치를까라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죠.

실제로 사는 회사들도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첫째, 메모리를 덜 쓰는 기술입니다.

구글은 지난 3월 AI가 답을 만들 때 쓰는 메모리를 일부 환경에서 최소 6배 줄이는 기술 '터보퀀트'를 공개했어요.

아직 연구 단계이긴 하지만 실제로 상용화되면 파급력이 클 기술이에요.

둘째, 새로운 공급자입니다.

중국의 메모리 회사 CXMT(창신메모리)는 올해 2분기 세계 D램 매출 점유율 10%를 차지했어요. 1년 전 4%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죠.

비싼 가격은 새로운 회사가 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은 계약 조건 다시 보기입니다.

업계에서는 시황이 꺾이면 고객사가 위약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장기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위험도 함께 거론돼요.

정리하면, 지금의 높은 이익률은 호황의 증거이면서, 호황을 끝낼 변화를 부르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메모리는 원래 오르내림이 큰 산업이었어요.

지금 최대 실적을 내는 SK하이닉스도 불과 3년 전인 2023년에는 한 해 7조73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도 그해 적자를 냈어요.

3년 만에 적자에서 80% 가까운 이익률로 바뀐 산업이라면, 반대 방향으로 바뀌는 일도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전망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오래간다는 전망이에요.

메모리를 파는 회사인 삼성전자는 지난 7월 "내년에는 공급 부족이 더욱 심해지고 2028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마이크론도 9월 실적 발표에서 메모리 수급이 2026년보다 2027·2028 회계연도에 더 빠듯할 것이라고 했고, 다음 분기 매출을 약 80조~84조원(600억~630억달러)으로 제시했어요.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올해 약 370조원에서 내년 약 560조원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고요.

메모리 회사들의 내년 이익 전망이 올해보다 높다는 것은, 메모리 가격이 당분간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이 깔려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올해 4분기 범용 D램 거래 가격이 전 분기보다 10~15% 오를 것으로 봤어요.

다른 하나는 내년 하반기부터 숨을 고를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반도체 회사들이 늘리고 있는 생산 물량이 내년 하반기부터 쏟아지면 공급 부족이 빠르게 풀리고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에요.

빅테크가 높아진 금리와 투자 비용을 따져 AI 데이터센터를 짓는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변수로 꼽힙니다.

최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메모리 불황이 불어닥쳐 고객사가 재협상을 요구하면 기존 조건을 완화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어요.

좋게 보면 가격이 영원히 오르지는 않는다는 뜻이고, 반대로 보면 그 시점을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는 뜻이기도 해요.

메모리 회사들은 '2028년까지'를, 시장의 다른 목소리는 '내년 하반기'를 이야기합니다.

어느 쪽도 확정된 미래라기보다 서로 다른 가정에 기댄 전망이고, '오래간다'는 전망은 메모리를 파는 회사들에게서 많이 나온다는 점도 함께 볼 필요가 있어요.

제가 보기에 분명한 것은 하나예요.

가격이 언제 꺾일지를 맞혀서 사겠다는 계획은 세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예누의 생각

"더 오르기 전에 지금 사."

"이왕 사는 거 좋은 걸로 사."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이 들리면 주변에서 흔히 오가는 말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큰 기술 기업들조차 '나중에 못 구할까 봐' 몇 년 치 메모리를 먼저 계약하고 대금까지 미리 내고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올 만하죠.

가격이 오를 거라는 말은 우리를 초조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언제 살까'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다리는 비용은 얼마인가?

느린 노트북이나 휴대폰 때문에 매일 업무 시간을 잃고 있다면 이 시간도 비용이니까 교체를 고려하는 게 좋습니다.

반대로 지금 기기가 충분히 쓸 만하다면, '더 오른다'는 말만으로 서두를 이유는 없어요.

10월 3일 예누 레터에서 전달드린 권태를 해결하기 위한 IT 기기 교체라면 더 기다려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만히 요즘 IT 기기들을 살펴보면 몇 년 되었더라도 충분히 쓸 만한 성능을 갖추고 있거든요.

그러니 언제 사는 게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제 답은 이렇습니다.

가장 싼 날을 맞히기보다, 내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만 사자!

지불한 금액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면 시기와 상관없이 투자하는 것이 맞고,

그게 아니라면 기다리는 게 어떨까요?

오르는 가격은 우리가 막을 수 없지만, 고르는 속도는 우리가 정할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