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용돈 앞에서, 아이는 돈보다 어른을 배웁니다.

카테고리: 소비와 생활

연휴가 끝났고, 아이 가방에는 추석 용돈 봉투가 들어 있습니다.

그 봉투 앞에서 아이가 정말 배우는 것은 돈이 아닐지도 몰라요.

오늘은 마시멜로 실험 하나, 봉투를 나누는 법, 그리고 아이 통장을 만들기 전에 챙길 것을 차례로 살펴봅니다.

이번 추석, 용돈 많이 받았나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신 봉투, 삼촌, 이모가 주신 봉투 등 우리 자녀들의 명절 용돈이 제법 쏠쏠할 수 있는데요.

그리고 그 봉투를 보는 부모님들은 대개 같은 말을 합니다.

"엄마가 관리해 줄게" 또는 "아껴 써라."

이런 방법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이 용돈을 잘 쓰고, 그 과정에서 경제 관념까지 키울 수 있을까요?

유명한 마시멜로 이야기부터

1960~7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 부설 유치원에서 유명한 실험이 있었죠.

아이 앞에 마시멜로 하나를 놓고 "지금 먹어도 되지만,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두 개를 줄게"라고 한 뒤 방을 나가는 실험이에요.

오래 기다린 아이들이 자라서 학업 성적 등이 더 좋았다는 추적 결과가 나오면서, '참는 힘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습니다.

그런데 2012년, 미국 로체스터대 연구진이 이 실험을 조금 바꿔서 다시 시도했어요.

마시멜로를 꺼내기 전에 만 3~5세 아이 28명에게 먼저 약속을 하나씩 합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새 크레파스를 가져다줄게."

첫 번째 방에서는 어른이 약속대로 새 크레파스를 가져왔어요.

두 번째 방에서는 빈손으로 돌아와 "미안, 없더라"고 했고요.

스티커로 한 번 더 같은 약속을 했을 때도 첫 번째 방은 지키고, 두 번째 방은 또 어겼습니다.

그다음에 마시멜로를 내놓았어요.

약속을 어긴 어른을 본 아이들 | 평균 3분 2초 · 15분을 끝까지 기다린 아이는 14명 중 1명

약속을 지킨 어른을 본 아이들 | 평균 12분 2초 · 15분을 끝까지 기다린 아이는 14명 중 9명

실험 | 2012년 미국 로체스터대 · 만 3~5세 28명 · 참는 시간은 최대 15분

같은 나이, 같은 마시멜로였어요.

달랐던 건 아이의 의지가 아니라, 방금 겪은 어른이었습니다.

연구를 이끈 셀레스트 키드는 뭔가를 자꾸 빼앗겨 온 아이에게는 기다리지 않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했어요.

참는 힘은 의지보다 믿음에서 먼저 자란다는 거죠.

물론 실험 하나로 모든 걸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이 실험이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해요.

참는 힘은 아이 혼자 타고나는 게 아니라, 아이를 둘러싼 환경과 함께 자란다는 겁니다.

"모을 돈을 연말까지 두면 엄마가 보태 줄게"라는 약속이 정말 지켜지는 걸 한 번 겪은 아이와, "급하니까 그 돈 좀 쓰자"며 봉투가 한 번 털린 아이는 다음 명절 봉투 앞에서 다르게 행동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렇다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모양은 어떻게 만들어 줘야 할까요?

첫 번째 방법 '통장 쪼개기'

미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세일러는 사람이 실제로는 머릿속에 따로따로 장부를 만들어 돈을 결정한다는 걸 보여 주고 이것을 '심리 회계'라고 불렀어요.

이 연구로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고요.

이 내용을 아이에게 적용해 볼까요?

용돈을 쥐여 주며 아껴 쓰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경제 관념이 생기지 않아요.

직접 돈을 나누고 목표를 세우고 모인 결과를 확인하는 경험이 쌓여야 경제 관념이 생기죠.

어른들의 통장 쪼개기는 생활비·저축·비상금처럼 목적마다 돈을 나눠 두는 방식인데요, 아이에게는 기준 두 개면 충분합니다.

'이달에 쓸 돈'과 '목표를 위해 모을 돈'.

여기에 간식, 게임, 친구 선물처럼 아이가 직접 이름을 붙이게 하면 써도 되는 돈과 손대지 말아야 할 돈을 스스로 구분하게 되죠.

그리고 여기서 마시멜로 이야기를 접목하면 더 강력해져요.

'모을 돈' 봉투를 만들었다면, 그 봉투에 붙은 어른의 약속도 함께 지켜져야 아이가 다음에도 봉투를 지킵니다.

통장을 만들기 전에 알아 둘 것

봉투를 나눠 보는 경험이 쌓이면 다음에는 아이 이름으로 된 실제 통장까지 만들어 주면 좋습니다.

요즘은 은행마다 어린이·청소년용 적금이 있고, 부모가 비대면으로 아이 계좌를 여는 길도 넓어졌거든요.

최고 금리와 우대 조건 | 광고의 최고 금리는 조건을 다 채웠을 때의 숫자입니다. 우리 아이가 실제로 채울 수 있는 조건인지 먼저 봅니다

중도해지 금리 | 만기 전에 깨면 받는 금리가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계좌 개설 제한 | 입출금계좌를 연 뒤 다른 금융회사에서 또 열면 약 20영업일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증여재산공제 |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주는 돈은 10년 동안 합쳐 2,000만원까지 증여세가 공제됩니다

청약통장 | 미성년일 때 부은 기간은 2024년 7월부터 최대 5년까지 인정됩니다

체크카드 | 2026년 5월부터 만 7세 이상이면 아이 명의 체크카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계좌 개설 제한은 여러 은행에 한꺼번에 아이 통장을 만들려다 자주 막히는 부분이에요.

다만 적금·정기예금처럼 모든 상품에 똑같이 적용되는 건 아니어서, 금융회사와 계좌 종류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증여 부분은 명절 용돈 정도라면 걱정할 일이 아닌데요, 아이 통장에 부모가 목돈을 넣어 주기 시작하면 달라집니다.

공제 한도를 넘으면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안에 신고해야 하거든요.

체크카드도 '이달에 쓸 돈' 통장에만 연결해 두면, 아이는 카드를 쓸 때마다 잔고가 줄어드는 걸 직접 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투자 관념까지 키워 주는 방법도 있으니 멘토님과 상의해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예누의 생각

어른들은 아이에게 절약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절약은 꽤 이상한 행동이에요.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걸 참으면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일이니까요.

사람은 믿지 않는 미래를 위해 오늘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내년에 회사가 망할 것 같으면 저축을 하지 않을 것이고, 시험에 붙을 거라는 믿음이 없으면 밤늦게까지 공부하지 않을 겁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예요. 몇 달 뒤 달라질 내 몸을 믿지 못하면 오늘의 힘든 한 시간을 견디기 어렵죠.

아이의 용돈도 같습니다.

우리는 흔히 저축을 의지의 문제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입니다.

어른이 한 약속이 자주 바뀌는 집에서 자란 아이에게는 지금 쓰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작은 약속이라도 지켜지는 경험을 반복한 아이에게 기다림은 손해 보는 선택이 아닙니다.

마시멜로 실험이 우리에게 알려준 것도 어쩌면 이것 아닐까요.

아이가 마시멜로를 먹은 이유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두 번째 마시멜로가 정말 올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용돈 교육의 핵심이 돈을 모으는 기술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미래를 믿어도 괜찮다는 경험을 만들어 주는 것.

모을 돈 봉투를 지켰더니 약속한 돈이 들어왔고, 연말까지 기다렸더니 정말 원하는 걸 살 수 있었고, 어른의 말이 생각보다 믿을 만하다는 걸 배우는 것.

그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돈만 모으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될 겁니다.

저축은 돈을 모으는 기술이 아니라, 미래를 믿는 연습이다.

오늘의 한 걸음 — 봉투 두 장에 '이달에 쓸 돈', '모을 돈'이라고 아이와 함께 적어 보세요. 그리고 모을 돈 봉투 뒤에 "연말까지 두면 보태 줄게"처럼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나 적어 두세요. 참는 힘은 지켜진 약속에서 자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