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만 아는 땅
카테고리: 정책과 제도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가 오래된 시골 관행을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반발이 커지자 정부와 여당이 한발 물러섰습니다.
부모님이 이웃에게 맡겨 둔 논밭이 지금 조사 대상이 됐습니다.
나라가 처음으로 전국 농지를 한 필지씩 다 들여다봤는데, 다시 확인해야 할 땅이 생각보다 많았어요.
왜 농지만 직접 지어야 하는지, 얼마나 확인 대상이 됐는지, 11월 15일까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차례로 볼게요.
"나이가 들어 같은 동네 주민에게 맡긴 것이 불법인가"
올해 5월, 정부가 전국 모든 농지를 한 필지(땅을 세는 단위)씩 확인하는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서류에 적힌 주인과 실제로 농사짓는 사람이 같은지, 땅을 원래 용도대로 쓰고 있는지를 보는 조사예요.
조사가 진행될수록 농촌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나이가 들어 같은 동네 주민에게 계약서 없이 농사짓게 한 것이 불법인가."
"맹지라 농사짓기 어려워 묵혀 두는데 불법이라니."
길과 이어지지 않은 땅이에요
결국 21일 더불어민주당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당정협의회를 열고 보완책에 합의했습니다.
투기가 아닌 오래된 관행이라면 길을 열어 주겠다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이건 시골에 사는 분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도시에 사는 2040 중에도 고향에 부모님 이름으로 된 논밭이 있는 집이 많죠.
부모님은 연세가 드셔서 직접 못 짓고, 옆집 어르신이 대신 짓고, 언젠가는 우리가 물려받을 수도 있는 땅.
오늘 소식은 바로 그 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근데 농지는 왜 직접 지어야 하나요?
아파트는 사서 남에게 세를 줘도 됩니다.
그런데 논밭은 원칙적으로 그럴 수 없어요.
1949년,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70%가 농사를 짓는 나라였습니다. 땅을 가진 지주와 그 땅을 빌려 짓는 소작농이 따로 있던 시절이 길었고, 그 구조를 끊기 위해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가진다'는 원칙이 세워졌어요. 지금도 헌법 제121조에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농업 인구가 전체의 4%에도 못 미치죠. 그래서 달라진 현실에 맞게 농지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 원칙 때문에 개인끼리 농지를 빌려주는 것은 몇 가지 경우에만 허락됩니다.
· 1996년 이전에 산 농지
· 상속받았거나 농사를 그만두면서 남은 1ha(약 3천 평) 이하 농지
· 60세 이상인 사람이 5년 넘게 직접 지은 농지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많은 집이 구두 약속으로 이웃에게 논을 맡겨 왔습니다.
올해 2월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농지까지 투기 대상이 돼버리지 않았느냐"며 이 원칙을 다시 강조했어요.
그리고 석 달 뒤 전수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얼마나 많은 땅이 확인 대상이 됐을까요?
여기까지, 오늘 레터를 조금만 읽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