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나이키가 퇴출됩니다.
9월 21일 현지시간, 나이키가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100곳을 묶은 S&P100 지수에서 빠집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한정판 한 켤레가 발매가의 몇 배에 되팔리던 브랜드였어요.
그사이 나이키가 무엇을 바꿨는지, 빈 진열대는 누가 채웠는지, 우리는 무엇을 가져가야 하는지 차례로 볼게요.
1등을 만든 힘을,
1등이 가장 먼저 잊는다.
2021년 1월. 발매일마다 응모 버튼을 눌렀습니다.
'범고래'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나이키 농구화가 있습니다. 흰 가죽에 검은 가죽을 덧댄 덩크 로우예요. 2021년 1월 13만9000원에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50만원 가까운 가격에 되팔렸습니다.
[리셀]
산 물건을 웃돈을 받고 다시 파는 것을 말합니다.
한정판 중고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는 이 한 모델만 35만 건 넘게 거래됐어요.
그만큼 '한정판 나이키'는 누구나 갖고 싶은 물건이었습니다. 회사도 그해 가장 컸어요. 2021년 11월 30일, 시장이 매긴 회사 전체의 가격인 시가총액이 2,497억달러(약 336조원)까지 올랐습니다.
근데 나이키는 왜 매장을 떠났을까요?
2020년, 나이키에 새 최고경영자가 왔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와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친 존 도나호예요. 같은 해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오프라인 매출이 급감했죠.
도나호는 풋라커 같은 오랜 오프라인 파트너와의 거래를 줄이거나 끊었습니다. 그리고 나이키 자사몰과 직영 매장에서 주로 팔기 시작했어요. 아마존에서도 빠지겠다고 선언했고요.
[D2C (Direct to Consumer)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전략입니다.
계산은 분명했어요. 다른 매장과 플랫폼에 내던 수수료를 줄이고, 자사몰에서 산 고객의 데이터를 모아 더 자주 오게 만들겠다는 거죠.
이 계산이 얼마나 달콤한지요.
배달앱 수수료 없이 단골이 직접 주문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 한 번쯤 해 보셨을 테니까요.
처음에는 이 전략이 통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나이키가 떠난 매장의 진열대는 정말 비어 있었을까요?
그 진열대는 다른 신발이 채웠습니다
나이키가 빠진 진열대는 비어 있지 않았습니다.
러닝화로 이름을 알린 호카와 온이 들어왔고, 운동복 매대는 룰루레몬과 알로가 채웠어요.
그리고 그 브랜드들이 나이키의 손님을 빠르게 가져갔습니다. 러닝이 유행하는 동안 나이키는 조던 시리즈 같은 옛 농구화의 명성에 기대고 있었고요.
러닝이 유행하는 동안 나이키는 조던 시리즈 같은 옛 농구화의 명성에 기대고 있었고요.
나이키가 원래 잘하던 것
[스포츠 오펜스]
달리기든 농구든 그 운동을 하는 선수와 동호인을 가까이서 만나고, 거기서 들은 이야기를 제품과 광고, 판매까지 이어 가는 방식입니다.
나이키를 1등으로 만든 힘이었죠.
"도나호 CEO는 스포츠맨십과 스니커즈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유통업체식 경영을 펼쳤다."
— 한 패션업계 관계자
회계 장부에는 수수료와 매출이 정확히 나옵니다.
하지만 러너가 어떤 신발을 원하는지, 한정판을 기다리는 사람이 얼마나 설레는지는 나오지 않죠.
구원투수도 되돌리지 못했습니다
2024년, 나이키는 구원투수를 불렀습니다. 인턴으로 들어와 마케팅 담당 임원까지 32년을 나이키에서 보낸 엘리엇 힐이 최고경영자가 됐어요.
힐은 D2C 전략을 뒤집고 풋라커, JD스포츠 같은 대형 유통 채널과의 관계를 되살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수년 동안 떨어진 브랜드 가치와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 범고래는 지금 얼마일까요?
9월 21일(현지시간), 나이키는 S&P100 지수에서 퇴출됩니다.
2008년에 들어간 지 약 18년 만이고, 나이키 대신 사이버 보안 회사 팔로알토네트웍스가 들어갑니다.
예누의 생각
저는 나이키를 실패한 회사라고만 보지 않습니다.
코로나로 매장 문이 닫히던 2020년에, 수수료를 줄이고 고객을 직접 만나겠다는 계산은 합리적이었어요.
그렇다면 나이키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요? 매장이 아니었습니다. 나이키를 1등으로 만들었던 기본이었습니다.
· 선수와 러너 곁에서 배우던 습관
· 운동장에서 답을 찾던 습관
숫자보다 현장을 먼저 보던 습관
· 숫자보다 현장을 먼저 보던 습관
아이러니하게도 그 습관은 회사가 가장 커지던 무렵에 가장 먼저 멀어졌습니다.
잘될 때는 이유를 묻지 않게 됩니다. 숫자가 계속 좋아지니까요.
어쩌면 대부분의 실패는 새로운 실수 때문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1등을 만든 힘을, 1등이 가장 먼저 잊는다.
나이키의 기본은 매장의 점원과 동호회의 러너였는데, 나이키는 그 사람들과 먼저 멀어졌습니다.
18년 동안 멘토링을 하고 회사를 운영하며 제가 여러 번 확인한 진실도 이것이었습니다.
이건 나이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 일 수 있어요.
처음 가게를 열 때는 손님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기억하다가, 장사가 잘되면 하루 매출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뗄 때는 한 걸음마다 박수를 치다가, 학교에 가면 성적표 숫자부터 보게 되고요.
물론 숫자를 버리자는 말은 아닙니다. 숫자가 없으면 지금 어디쯤 왔는지도 모르니까요.
다만 숫자는 결과를 알려 줄 뿐, 그 결과를 만든 이유까지 알려 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오래가는 사람은 기본으로 돌아갈 줄 아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기본은 이상하게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익숙해질수록 더 그렇습니다.
혼자서는 잘 안 보입니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가끔 옆에서
"처음에 왜 시작했지?"를 물어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예누가 돈과 인생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 키우자고 말씀드리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예누 레터 독자님을 여기까지 데려온 기본의 힘은 무엇이었나요?
🌱오늘의 한 걸음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매일 하던 일 하나를 예누 다이어리에 적어 보세요.
그리고 이번 주에 그걸 한 번만 다시 해 보세요.
위기의 순간에 우리를 살리는 건 새로운 비법보다, 처음의 기본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 지금도 그대로 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한 번도 안 놓쳤어요)
🤏 예전보다 많이 줄었어요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요)
😮💨 어느새 안 하게 됐어요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겠어요)
🤔 그게 뭐였는지 떠올려 보는 중 (생각보다 잘 안 떠오르네요)
예) 손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고 먼저 인사했다. 하루 한 줄 일기를 적는다. 멘토링 후 액션 기록을 남긴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매일 하던 일 하나를 예누 다이어리에 적어 보세요.
그리고 이번 주에 그걸 한 번만 다시 해 보세요.
위기의 순간에 우리를 살리는 건 새로운 비법보다, 처음의 기본인 경우가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