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저녁 7시.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습니다.
카테고리: 투자와 기업
내일부터 한국 주식시장은 저녁 8시까지 열립니다.
단순히 주식 거래 시간이 4시간 늘어난 것인지, 다른 점은 없는지.
오늘은 그 차이에 대해 살펴볼게요.
9월 14일. '애프터마켓' 제도가 시행됩니다.
한국거래소의 추진으로 코스피·코스닥 상장 주식 대부분을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추가로 거래할 수 있어요.
내일 저녁 7시에도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거래 시간이 바뀌는 것은 2016년 정규장 마감이 오후 3시에서 3시 30분으로 늦춰진 뒤 거의 10년 만입니다.
이제는 회사에 다니는 분은 퇴근길 지하철에서, 가게를 하는 분은 문을 닫은 뒤에, 아이를 재우는 분은 그러고 난 뒤에 주식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그 자체만 보면 꽤 편리해진 변화입니다.
그런데 거래 시간만 늘어나는 건 아니에요.
ETF 거래를 주로 하시는 분들에겐 아쉬운 소식인데요,
우선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은 저녁에 거래할 수 없습니다.
관리종목이나 투자경고종목처럼 거래소가 따로 관리하고 있는 종목도 애프터마켓에선 거래가 안 됩니다.
거래소는 시장 변동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어요.
코스피 상장 주식 | ETF · ETN
코스닥 상장 주 | 관리종목
| 투자경고종목
주문 방식도 달라져요
정규장에서는 '얼마에 사겠다'고 가격을 정해서 내는 지정가 주문과, '가격은 상관없으니 지금 바로 사겠다'는 시장가 주문이 둘 다 됩니다. 저녁 장에서는 시장가 주문이 빠지고 지정가 주문만 가능해요.
좋게 보면 실수를 줄여 줄 수 있고, 반대로 보면 급하게 팔고 싶어도 바로 정리하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죠.
추가로 바뀌는 것도 있어요.
저녁 6시. 공시가 중단됩니다.
회사는 실적 발표, 큰 계약, 소송, 유상증자처럼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을 공시로 알립니다.
거래 시간은 늘어나는데, 이 공시를 접수하는 시간은 그대로 오후 6시에 끝납니다.
오후 4시. 거래 안전장치도 중단됩니다.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작동하는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인데요, 하나씩 살펴볼게요.
주식시장 전체를 멈추는 장치가 아닙니다. 선물시장이 갑자기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 프로그램 매매(컴퓨터가 자동으로 내는 대량 주문)에만 잠깐 브레이크를 거는 장치예요.
쉽게 말하면 시장 전체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너무 빨리 달리는 자동 주문에만 잠깐 속도 제한을 거는 제도입니다.
반면 서킷브레이커는 훨씬 강력합니다. 시장 전체가 공포에 빠져 급락할 때 아예 거래를 멈춥니다.
1단계 | 지수 8퍼센트 이상 하락 → 20분 거래 중단
2단계 | 지수 15퍼센트 이상 하락 → 20분 거래 중단
3단계 | 지수 20퍼센트 이상 하락 → 당일 장 종료
비유하면 사이드카는 과속 차량에 경고를 보내는 것이고, 서킷브레이커는 고속도로 전체를 통제하는 것 정도 되겠네요.
이 둘은 저녁 장에서 작동하지 않습니다. 대신 한 종목이 갑자기 튀어 오를 때 잠깐 멈춰 주는 변동성완화장치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럼 애프터마켓은 왜 실행할까요?
거래소가 내세운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계 주요 시장들이 점점 더 오래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주요 거래소는 24시간 거래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그렇게 되면 해외 투자자는 자기 나라의 낮 시간에 편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되죠.
한국 주식도 국내외 투자자들이 좀 더 편하게 거래하도록 점차 시간을 늘려 나가고 있는 겁니다.
또 하나는 소식이 가격에 반영되는 속도입니다.
정규장이 끝난 뒤에 중요한 뉴스가 나와도 지금까지는 다음 날 아침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거래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보가 더 빨리 가격에 반영될 수 있어요.
거래에 참여하는 사람이 낮보다 적으면, 크지 않은 주문 하나에도 가격이 예상보다 많이 움직일 수 있거든요.
저는 알림 설정부터 바꿨습니다
이 소식을 읽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종목을 사는 것도, 파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증권앱 알림 설정을 열어 봤어요. 저녁에 오는 가격 알림을 받을지 말지 정해 두려고요.
밤의 기준을 밤에 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낮에 미리 정해 두려고요.
여기까지는 제가 오늘 확인한 사실이지,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는 전망이 아닙니다. 저녁 장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며칠 지나야 숫자가 나올 거예요. 저도 그때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예누의 생각
이번 변화는 거래 시간을 늘리는 정책입니다. 원하는 시간에 거래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나고 해외 투자자도 유입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국내 장기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원래 저녁은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이에요. 식탁에 앉고, 가족과 이야기하고, 아이를 재우고, 조금 느려지는 시간인데요.
그 시간에 주식 창이 하나 더 열리는 것이죠.
밤에는 같은 숫자라도 더 감정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피곤할수록 빨리 결정하려고 하고요.
거래 시간이 늘어나면 판단할 시간도 함께 늘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반대일 수 있어요.
장이 네 시간 더 열린 것이지, 우리가 생각할 시간이 네 시간 더 생긴 것은 아닙니다.
내일부터 장은 밤 8시까지 열립니다.
그래도 모든 기회가 잡아야 할 기회는 아닙니다.
오늘의 한 걸음
나만의 '거래 기준' 하나를 예누 다이어리에 적어 보세요. 그리고 그 기준을 멘토와 나눠 보세요.
왜냐하면 혼자 세운 기준은 위급할 때 가장 먼저 무너지지만, 함께 세운 기준은 흔들리는 순간 한 번쯤 떠오릅니다.
시장을 이기는 사람보다 자기 기준을 지키는 사람이 드물거든요.
예누가 자주 말씀드리는 긴 호흡으로 편안하게 투자를 즐기시면 좋겠습니다.
🌗 거의 비슷해요 (기준이 정해져 있어서요)
🌙 밤에는 더 서둘렀어요 (다음 날 후회한 적도 있어요)
😮💨 밤에는 아예 안 봐요 (그래서 안 흔들렸던 것 같아요)
🤔 비교해 본 적이 없어요 (오늘 처음 생각해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