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값이 오르면 왜 호텔이 걱정할까요

세계적인 투자은행이 식품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받을 상장기업 100여 곳을 꼽았는데, 그 목록에 옷가게와 호텔이 들어 있었습니다.

옷은 밀로 만들지 않는데 왜 그 목록에 있는지, 흑해에 멈춰 선 배부터 순서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먼 곳에서 시작된 가격이 우리에게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곧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옷가게와 호텔이 왜 이 목록에 들어갔을까요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식품 가격 상승으로 직접 타격을 받을 상장기업 100여 곳을 꼽았습니다. 그 안에 유통업체 넥스트와 호텔업체 아코르가 있었어요.

옷은 밀로 만들지 않습니다. 호텔 침대에도 옥수수는 들어가지 않고요.

두 회사가 왜 이 목록에 올랐는지는 마지막에 확인하기로 하고, 먼저 식품 가격이 왜 오르는지부터 보겠습니다. 출발점은 우리 집 앞 마트가 아니라 흑해예요.

흑해에 멈춰 선 배에서 시작합니다

러시아가 지난 7월 한 달 동안 우크라이나의 항만과 정박 중인 배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습니다.

S&P글로벌 산하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에 따르면 그 뒤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능력이 3분의 1가량 줄었어요.

다만 밀은 이미 배에 실려 있는데요, 그 배가 못 나가고 있어요.

로이터통신은 흑해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줄줄이 기다리는 배가 80척쯤이라고 전했습니다. 10척 수준으로 줄이는 데만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하네요.

사실 우회로는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다뉴브강 항구로 곡물을 빼내 왔는데, 올여름 고온으로 강 수위가 내려가면서 이쪽도 배가 다니기 어려워진 거죠.

전쟁이 바다를 막고, 폭염이 강을 막았어요.

막힌 쪽은 우크라이나만이 아니에요.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항구와 선박을 공격했고, 시장조사업체 소브이콘은 이달 러시아의 곡물 수출량이 2010년 이후 가장 적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밀은 세계 곳곳에서 생산되지만,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밀의 약 4분의 1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공급합니다.

한국은 주로 미국과 호주에서 수입을 많이 하니 괜찮을까요? 문제는 밀 공급량이 줄어드니 국제 밀 가격이 움직인다는 것이에요.

그러니 두 나라의 상황에 따라 우리가 사 먹는 밀가루 가격까지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아요.

밀 가격이 오르면 밀로 만든 것부터 비싸집니다. 빵과 국수, 과자가 그렇고, 밀을 사료로 먹는 가축까지 그렇죠.

그럼 밀을 생산하는 농부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여기까지 보면 농사짓는 분들은 오히려 웃을 것 같습니다. 파는 물건 가격이 올랐으니까요.

하지만 같은 시기에 중동에서도 바닷길이 막혔습니다. 세계 에너지 운송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이 이란 전쟁으로 막히면서, 원유보다 정제유 공급이 더 크게 어려워졌어요.

정제유 가운데 경유가 문제였습니다. 밀은 자라는데 트랙터가 못 움직이는 상황이 온 거죠. 곡물을 실어 나르는 트럭도 경유로 움직이고요.

경유는 원유만 있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에요. 정유공장이 멀쩡히 돌아가야 원유에서 경유를 뽑아낼 수 있는데, 전쟁으로 중동 일대의 정유 시설이 손상되면서 그 작업 자체가 어려워졌습니다.

땅속에 기름이 있어도 트랙터에 넣을 경유가 모자라는 상태가 되는 거죠.

거기다 비료도 문제입니다. 밭에 뿌리는 질소비료는 천연가스에서 뽑아내는데, 그 천연가스 공급이 원유보다 더 크게 막혔거든요.

농사를 짓는 사람 입장에서 밀을 팔아 받을 돈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밭에 들어가는 비용은 이미 오른 거예요.

그래서 올해 농가들이 한 가지 선택을 했습니다. 그 선택 때문에 내년 농사가 달라지고요.

여기까지, 오늘 레터를 조금만 읽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