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재택이 주 1회입니다: 회사가 달라진 진짜 이유
오늘부터 재택근무를 주 1회로 줄이는 회사가 있습니다. 회사들이 갑자기 근무 시간을 챙기기 시작한 이유가 따로 있어요.
근로시간은 10년 동안 줄었는데, 한 시간 일해서 벌어들이는 돈은 거의 그대로였거든요.
그런데 회사가 실제로 무엇을 재고 있는지 보면, 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오늘부터 재택이 주 1회예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마음이 무거우셨던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현대자동차가 오늘부터 경기 남양연구소 연구개발 인력의 재택근무를 주 2회에서 주 1회로 줄였습니다.
이 회사는 '재택근무 오남용'이라는 말을 따로 만들었어요.
· 별다른 이유 없이 매주 금요일에 재택을 쓰는 관행
· 일이 몰리는 시간에는 일하지 않다가, 관리가 느슨한 시간대에 근로시간을 채우는 방식
이런 걸 오남용으로 보겠다는 겁니다.
사실 올해 1월부터 하려던 계획이었는데, 노동조합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늦어졌어요. 법원은 회사 편을 들었고, 지난달 27일 시행 방침을 다시 알리자
조합원들이 임원실로 들어가려다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방법을 바꾼 회사들
LG유플러스는 업무용 클라우드 PC에 접속한 시간을 근태 관리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출입카드만 띡 찍어 놓고 실제 업무는 늦게 시작하는 방식을 확인하겠다는 뜻이에요.
정보기술·플랫폼 업계는 더 빠릅니다.
지금까지 월 4회만 얼굴을 비추면 되는 '완전재택 제도'를 고를 수 있었던 네이버는 내년부터 주 3회 이상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해요.
당근마켓은 지난해 10월에 재택근무를 아예 없앴고,
우아한형제들도 근무자 자율 선택제를 접고 지난해부터 주 2회 사무실로 나오게 합니다.
재택의 상징이던 줌마저 그랬습니다
웃픈 건 해외 이야기예요.
코로나19 때 화상회의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그 회사, 줌(Zoom) 말입니다.
2023년, 사무실 반경 50마일(약 80km) 안에 사는 직원에게 주 2회 출근을 의무화했어요.
"재택근무의 대명사인 회사가 스스로 재택근무를 줄인다"는 반발이 사내에서 터져 나왔지만, 회사는 강경했고,2024년 6월부터는 출퇴근 태그 데이터를 성과 평가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적이 나빠지면서 회사의 가격이 크게 빠진 것이 배경이 되었죠.
시간은 줄었는데, 벌어들인 건 그대로였어요.
왜 갑자기 이럴까요. 숫자 세 가지만 함께 보겠습니다.
월 평균 근로시간
184.7 → 162.1시간
▼ 22.6시간
월 임금 총액
328.3 → 456.7만원
▲ 128.4만원
시간당 임금
1.78 → 2.82만원
▲ 58%
10년 전보다 우리나라 근로자는 한 달에 평균 22시간 덜 일합니다.
그런데 월급은 128만원 늘었습니다.
시간당 받는 돈으로 계산하면 약 58% 오른 셈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숫자가 문제였습니다.
미국 | 100.1
독일 | 91.2
프랑스 | 82.9
주요 7개국 평균 | 80.2
영국 | 77.3
캐나다 | 70.3
일본 | 59.4
한국 | 55.2
source=2024년 기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인용한 지면 보도 기반 예누 레터 재구성. 나라마다 주력 산업이 달라서 이 숫자 하나로 누가 더 열심히 일하는지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주요 7개국이 전부 우리보다 위에 있어요. 가까운 일본도 우리보다 높고요.
🔎시간당 노동생산성
:한 시간 일해서 얼마만큼의 가치를 만들어 냈는지를 보여 주는 숫자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한 시간 일해서 얼마를 벌어들였나.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일하는 시간은 줄었고, 받는 돈은 늘었는데, 한 시간에 만들어 내는 것은 거의 그대로였어요.
회사 입장에서 보면 한 시간의 원가는 올랐는데 한 시간의 결과물은 그대로인 겁니다.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노래방에 가볼게요.
" 노래방 한 시간을 끊었는데, 마이크를 잡은 건 25분이었어요 "
나머지는 곡 고르고, 물 마시고, 남이 부르는 걸 들었죠.
그래도 계산서에는 한 시간이 찍힙니다.
그래서 회사는 무엇을 재기 시작했을까요?
삼성전자는 2023년부터 근태 관리를 크게 강화했습니다.
사업장을 벗어날 때 사원증을 찍게 했고, 담배 피우러 나가거나 커피 마시러 나갈 때도 출입 기록이 남게 했어요. 화상회의를 할 때 노트북 카메라와 휴대폰 카메라를 함께 써서 회의에 집중하는지 확인하는 기능도 들어갔고요.
해외 업계는 더 촘촘합니다.
영국의 대형 회계 · 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올해 1월부터 영국 직원을 대상으로 '신호등' 대시보드를 돌리고 있어요.출입 기록과 와이파이 접속 정보를 합쳐서, 출근율이 60% 밑으로 내려가면 노란불이 켜지고 40% 밑이면 빨간불이 켜집니다. 반복해서 어기면 성과 평가와 보너스에서 불이익을 줍니다.
경쟁사인 언스트앤드영(EY)도 지난해부터 데이터로 출근율을 따라가고 있고,
일본의 대표 온라인 플랫폼 회사 라인야후는 주 1회 또는 월 1회이던 출근 의무를 올해부터 주 3회로 늘렸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미국 반도체 사업부의 일부 인력에게 주 5일 완전 출근을 요구했고,
관리자가 팀원별 재실 일수와 체류 시간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이런 관리가 필요했던 사정도 있어요.
국내 한 건설사는 지문 인식기를 도입했다가 근로시간을 부풀린 사례를 적발했습니다.
직접 시스템에 근로시간을 입력해 수당을 신청하는 방식이었는데, 실제보다 수십 시간 더 일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어요. 손해액이 1000만원을 넘었고 여러 명이 적발되면서 대규모 징계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하나 걸리는 게 있어요.
출입카드도, PC 접속 시간도, 카메라도, 신호등도 전부 '있었는가'를 재는 도구입니다.
노래방으로 다시 가 볼게요.
이제 방문 앞에 카메라가 달렸습니다.
그런데 그 카메라가 확인하는 건 몇 곡을 불렀는지가 아니라, 방 안에 앉아 있었는지예요.
회사가 말한 건 "밀도를 높이자"였는데, 실제로 확인하는 건 여전히 시간입니다.
👥사무실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갑니다.
👨💻 나: 오늘 그 일 세 시간 만에 다 끝냈어요.
🧑💼 팀장: 그래? 그럼 남은 시간은?
👨💻 나: …그냥 앉아 있을게요.
여기서 아무도 "세 시간 만에 끝낸 것"을 칭찬하지 않았어요.
사람만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에요.
오늘 아침 다른 신문에도 똑같은 구조의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이번엔 사람이 아니라 반도체 이야기에요.
인공지능을 돌리는 데 쓰는 반도체를 GPU라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확보한 인공지능용 반도체 26만 장인데, 그냥 사다 꽂아 놓기만 하면 이 반도체는 절반쯤밖에 일하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 인공지능 플랫폼을 살펴봤더니 활용률이 평균 48%였습니다.
💬여기서 감을 더 잡아볼게요.
반도체 활용률을 10% 포인트만 올리면 2만 6,000장을 더 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납니다. 돈을 더 쓰지 않고도요.
노래방으로 다시 가보면,
26만 대가 노래방에 들어와 있는데, 절반은 마이크를 안 잡고 있는 거에요.
사람에게도 반도체에게도 지금 같은 질문이 오고 있습니다.
"몇 개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그중 몇개가 실제로 움직이고 있느냐."
여기까지, 오늘 레터를 조금만 읽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