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믿을 만하던 나라: 이제 이자를 더 냅니다
카테고리: 돈의 흐름
세계에서 가장 믿을 만하다던 나라가 요즘 돈을 빌릴 때 이자를 더 얹어 주고 있습니다.
남의 나라 빚 이야기 같지만, 그 이자는 돌고 돌아 내 대출 이자가 돼요.
어려운 말은 하나씩 풀어 가며, 아주 쉬운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게요.
동네에서 가장 믿을 만하던 사람이, 빚이 많아졌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이런 일입니다.
동네에 신용이 아주 좋은 사람이 한 명 있었어요.
이 사람이 돈을 빌려 달라고 하면 다들 선뜻 빌려줬습니다. 떼일 걱정이 없었으니까요.
이자도 조금만 받았어요. 안전한 사람에게는 원래 이자를 많이 요구하지 않거든요.
그 사람이 바로 미국입니다.
여기서 낯선 말 두 개만 열어 두고 갈게요.
국채 = 국가가 발행하는 채무 증권. 쉽게 말해 나라가 돈을 빌리면서 써 주는 차용증입니다.
국채 금리 = 그 차용증에 적힌 이자.
세계에서 미국의 차용증은 가장 안전한 종이로 통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이자를 조금만 주고도 얼마든지 돈을 빌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 그 이자가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기준으로, 미국이 30년 뒤에 갚기로 한 차용증의 이자가 연 5.174%까지 올랐습니다.
2007년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에요.
이자가 오른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더 많은 이자를 달라고 하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바꿔 말하면, 예전만큼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고요.
왜 안심을 못 할까요.
미국이 진 빚이 지난 18일 40조 달러를 넘었는데요, 우리나라 돈으로 약 5경 5,400조원이에요.
2022년 1월에 30조 달러를 넘었는데, 4년 2개월 만에 10조 달러가 더 붙었거든요.
숫자가 너무 커서 감이 안 오실 수도 있는데요,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이것입니다.
빚이 너무 빨리 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지금도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훨씬 많아요.
그래서 미국은 이자를 낮추려고 세 가지를 시도했어요.
미국의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입니다.
이분이 지난 19일부터 시도한 방법 세 가지를 살펴볼게요.
첫 번째, 오래된 빚을 정부가 되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30년짜리 긴 빚을 줄이고, 대신 1년이 안 되는 짧은 빚을 늘리는 방식이에요.
발표 직후 이자가 잠깐 내려갔다가, 이튿날 곧바로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당장 눈앞의 부담은 줄어 보이지만, 빚이 사라진 건 아니지요.
두 번째, 정부의 비상금 통장을 꺼내 쓰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미 재무부는 중앙은행에 통장을 하나 두고 있는데요, 거기서 돈을 꺼내 자기 차용증을 사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 소식에도 이자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 스테이블 코인을 끌어들였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와 1대 1로 가격을 맞춰 만든 디지털 화폐예요.
발행한 만큼 실제 돈을 따로 쌓아 두어야 하는데, 미국은 그 돈으로 만기가 1년이 안 되는 짧은 차용증을 사도록 하고 있습니다.
코인이 팔릴수록 미국 차용증을 사 줄 곳이 늘어나는 구조예요.
그런데 시장은 세 번 다 시큰둥했습니다.
"이 방법이 실패했다"기보다, "아직 안심시키지 못했다"에 가깝죠.
사람들이 묻는 말이 달라졌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오늘 함께 볼 대목입니다.
여기까지, 오늘 레터를 조금만 읽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