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잘 팔리는데 충전소는 왜 망하고 있을까?
오늘은 전기차가 이렇게 잘 팔리는데 충전 회사들은 왜 줄줄이 무너지는지, 그 이유 하나를 깊이 살펴보려고 해요.
같은 날 소식들을 함께 보면 가격이 정해지는 방법이 세 가지로 나뉘는데, 그 이야기는 뒤에서 풀어둘게요.
다 읽고 나면 내가 하는 일의 가격은 지금 누가 정하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시게 될 거예요.
전기차는 계속 늘어나는데, 충전 회사는 줄줄이 문을 닫고 있어요.
전기차 충전 회사 차지인이 이달 초 파산했습니다.
2019년 산업통상부 규제샌드박스 1호 기업으로 뽑혔고 한때 코스닥 상장까지 추진했던 회사인데요, 경영이 나빠지자 지난해 11월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결국 이달 문을 닫았어요.
한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클린일렉스와 이카플러그도 각각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고요.
전국에 3만 대 넘는 충전기를 운영하던 이지차저는 한국전력에 전기요금을 제때 내지 못해 주요 거점이 단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4월 국내 충전 기업 가운데 1호로 코스닥에 상장한 채비도 3년 연속 영업적자예요.
대기업 계열사라고 사정이 다르지도 않습니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모티브는 지난해 충전 시장에서 아예 철수했고, GS에너지 자회사인 GS차지비는 상장 추진을 중단했어요.
그리고 상당수 회사가 새 충전기 설치를 멈춘 뒤 고장 난 충전기를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전기차는 갈수록 많이 팔리고 있고 그럴수록 충전기는 더 많이 필요한데 말이죠.
충전기 100대 중 99대는 정부가 운영하는 EV이음 카드로 관리되고 있어요.
2023년에 도입됐는데요, 회사마다 회원 카드가 달라 불편하다는 목소리를 없애기 위한 제도였어요.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이음 카드로 충전할 때 내는 요금이 민간 회사 회원 카드보다 킬로와트시(kWh)당 많게는 100원 이상 저렴하거든요. 소비자 대부분이 이음 카드를 쓰다 보니, 정부가 정한 요금이 곧 전국의 충전요금이 됩니다.
법으로 민간 요금의 상한을 정해 둔 것은 아니에요. 회사마다 자기 회원 요금을 따로 매길 수는 있습니다.
다만 더 싼 카드를 손님이 이미 손에 쥐고 있으면, 그보다 비싼 요금표는 붙여 놓아도 쓰이지 않죠.
그런데 원가는 그동안 계속 올랐어요.
업계에서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전력 도매가와 한국전력 기본료를 비롯한 충전 원가 부담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해요. 여기에 부지 임차료와 통신비, 유지보수비가 더해지고요.
요금은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정부가 관리하는 30킬로와트 미만 완속 충전기 기준입니다.
2020년 173.8원
2021년 255.7원
2022년 292.9원
2023~2025년 324.4원
2026년 295원
원가의 상승률에 비해 충전요금은 오히려 내려왔습니다.
정부는 200킬로와트 이상 초급속 요금 등 일부는 올리는 대신 완속 요금은 내려, 충전 속도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했거든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소비자가 여전히 충전요금이 높다고 생각하는 만큼 무작정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며, 종합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어요.
업계는 이 구조를 "사실상의 가격상한제"라고 부릅니다.
물론 소비자 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일 자체가 잘못은 아니에요. 충전요금이 비싸면 전기차를 살 이유가 줄어드니까요.
다만 업계 말대로 원가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동안 판매가격에 그만큼을 얹지 못했다면, 그 차이는 누군가 메워야 합니다. 지금은 회사가 메우다가 문을 닫고 있고요.
여기까지가 눈에 보이는 부분이에요.
그런데 오늘 소식들에는 가격을 이것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정하는 곳이 두 군데나 더 있었습니다. 함께 놓고 보면, 충전 회사들이 왜 하필 지금 무너지는지가 보여요.
여기까지, 오늘 레터를 조금만 읽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