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싸지면 누가 벌까? 정작 내 구독료는 그대로였다

오늘은 인공지능 가격이 내려간 소식과, 같은 날 가격이 올라간 소식을 함께 살펴보려고 해요.

AI가 이렇게 싸지는 동안 누가 돈을 벌고 있는지, 그 답은 글 뒤쪽에서 천천히 풀어둘게요.

다 읽고 나면 지금 내가 하는 일에서 무엇이 대신할 수 있는 것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보이실 거예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이 우사인 볼트보다 100m를 빠르게 달렸어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에서 톈궁 울트라라는 로봇이 100m 예선을 9초39에 달렸어요.

우사인 볼트가 2009년 세운 남자 100m 세계기록 9초58보다 숫자로는 0.19초 빠릅니다.

다만 사람과 로봇은 경기 목적과 규정이 달라, 인간의 공식 세계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보지는 않아요.

하지만 지난해 같은 로봇의 기록은 21초50이었다는 것을 돌이켜 보면 1년 만에 2배나 빨라진 거죠.

몇 년 전만 해도 로봇이 두 발로 넘어지지 않고 걷는 것만으로 소식이 됐는데요, 이제는 사람 기록을 넘는 소식이 나오네요.

놀랍다는 말이 당연하다는 말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 짧아졌습니다.

놀라움이 당연함이 되는 속도가 빨라지면, 가격도 움직입니다.

오픈AI가 3주 만에 다시 가격을 내렸는데, 이번엔 최상위 모델이었어요.

오픈AI가 자사 최상위 인공지능 모델인 '솔'의 가격을 앞으로 3개월간 20% 넘게 내린다고 밝혔습니다.

입력 가격은 100만 토큰당 5달러에서 4달러로, 출력 가격은 30달러에서 20달러로 낮춥니다. 입력은 20%, 출력은 33%쯤 내려가네요.

여기서 토큰이란?

인공지능이 글을 처리할 때 쓰는 단위예요. 글자나 단어와 딱 맞아떨어지지 않고, 같은 문장이라도 언어나 모델에 따라 토큰 수가 달라집니다.

100만 토큰이면 두꺼운 책 여러 권을 처리할 만한 분량이에요.

입력은 우리가 인공지능에게 넣어 주는 글이고, 출력은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글입니다.

책 몇 권 분량을 넣을 때 내는 돈과, 그만큼을 받아 볼 때 내는 돈이 달라요.

눈에 띄는 건 인하 속도입니다. 오픈AI는 지난달에도 테라와 루나의 가격을 각각 20%, 80% 내렸는데요, 3주 만에 최상위 모델까지 내려왔어요. 회사는 모델을 더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다며 운영비가 줄어든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솔, 테라, 루나라는 이름도 낯설 수 있는데요,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GPT-5.6은 세 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솔은 가장 고성능 단계입니다.

복잡한 추론이나 긴 문서 분석, 어려운 코딩처럼 무거운 일을 맡기면 좋고,

테라는 가운데 단계인데, 글쓰기나 고객 응대, 자료 정리처럼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데 좋고,

루나는 가장 아래 단계로 분류나 짧은 문장 만들기처럼 빠르고 자주 해야 하는 일에 쓰면 좋습니다.

앤스로픽의 클로드도 같은 방식으로 나뉘는데, 단계가 하나 더 많습니다. 맨 위에 페이블이 있고 그 아래로 오퍼스, 소네트, 하이쿠 순이에요.

두 회사가 공식으로 짝지어 둔 건 아니니 이름끼리 맞춰 보기보다 쓰임으로 보시는 편이 정확한데요, 그 기준으로는 솔이 페이블과 오퍼스가 맡는 무거운 일에, 테라가 소네트, 루나가 하이쿠에 해당합니다.

이번에 싸진 건 우리가 내는 정기 구독료가 아니라, 개발자나 회사가 쓴 만큼 내는 종량제 금액이에요.

이번 인하로 챗GPT 플러스나 프로 구독료가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매달 내는 돈도, 하루에 쓸 수 있는 사용량 한도도 그대로예요.

가격이 내려간 곳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API 요금.

API =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한국어로는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다른 회사가 자기 서비스 안에 이 모델을 붙여 쓰고, 오간 토큰만큼 돈을 내는 방식입니다.

다른 서비스들에서 AI가 구동되는 것 보셨죠? 바로 그때 오간 토큰에 매겨지는 돈이 위에서 본 5달러와 30달러예요.

둘째는 코덱스 크레딧.

코덱스는 오픈AI가 만든 코딩 도구인데, 쓴 만큼 크레딧이 깎이는 방식이라 단가가 내려가면 같은 크레딧으로 더 오래 일할 수 있어요.

물론 개인 구독자가 아니라 종량제로 사용할 때 할인이 돼요.

셋째는 기업용 요금제인 챗GPT 워크.

개인이 아니라 기업용으로 판매하는 요금제예요.

기간도 정해져 있습니다. 8월 21일부터 11월 21일까지 딱 석 달이에요.

결국은 기업들에게 더 싸게 자사 제품을 이용해 달라는 이야기예요.

최상위 제품의 가격을 3주 만에 손대는 일은 원가가 줄었을 때보다 경쟁 상대가 바짝 따라붙었을 때 일어나거든요.

이 할인으로 누가 이득을 보고 애초에 왜 내린 것인지, 이제 그 이야기를 할 차례예요.

여기까지, 오늘 레터를 조금만 읽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