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벌어 준 100조: 누가 그 통장을 열까

먼저 가볍게 살펴보아요.

한 달만 일하고 평생 연금을 받는 외국인이 있어요

국민연금에는 '추후 납부(추납)'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실직이나 사업 중단으로 보험료를 못 낸 기간이 생기거나, 결혼과 출산으로 가입 이력이 끊긴 사람이 나중에 그 몫을 낼 수 있게 한 제도예요.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나 영세 근로자의 수급권을 지키려고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납부 이력이 한 달이라도 있으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기간인 10년 치를 추납으로 채울 수 있어요.

방문 취업(H-2) 비자로 들어와 사업장에서 1개월만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60세가 된 중국인 A씨는, 119개월 치를 한꺼번에 내고 지금 매달 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추납 제도는 국민연금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일부에게 허용해 준 일종의 예외인데, 외국인이 이를 '꼼수'로 활용한 셈."

해외 거주자의 사후 관리도 구멍으로 꼽혔어요. 외국에 사는 수급자의 사망 여부를 제때 확인하지 못하면 연금이 계속 나갈 수 있습니다.

꼭 이번 일뿐만 아니라 사람은 제도를 만든 목적대로 움직이지 않고,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네요.

케첩과 시리얼을 만드는 회사들이 어려워졌어요

하인즈 케첩을 만드는 크래프트하인즈, 하겐다즈와 시리얼을 만드는 제너럴밀스.

세계에서 가장 큰 식품 회사들인데 실적과 주가가 함께 내려가고 있습니다. 크래프트하인즈는 지난 10년 중 9년에 걸쳐 북미 판매량이 줄었고, 제너럴밀스는 2026회계연도 영업이익이 73% 급감했어요.

고소득 소비자는 새로 나온 프리미엄 브랜드로 옮겨 갔고, 저소득층은 대형마트가 싼값에 내놓는 자체 브랜드(PB : Private Brand, 유통업체가 직접 만들어 파는 상품)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위아래로 동시에 빠져나간 거죠.

크래프트하인즈의 대표 상품인 맥앤치즈는 월마트닷컴에서 한 상자 1달러인데, 같은 곳의 PB 상품은 64센트입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식료품의 4분의 1이 PB 제품이었어요.

국내도 사정이 비슷해요.

한국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매대를 놓고 다른 식품회사와 싸웠는데 이제는 매대를 쥔 유통사 PB와 정면으로 경쟁해야 한다."

CJ제일제당의 지난 2분기 국내 식품 매출 증가율은 1.4%에 그쳤고, 롯데웰푸드와 빙그레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각각 30.3%, 32.7% 줄어 올해 희망퇴직을 했습니다.

하지만 반대편에는 삼양식품이 있어요. 2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84%였는데, 60년 넘은 기업인데도 해외에선 '아시아의 매운맛 루키'로 불린다고 하네요.

대중적인 것이 점점 어중간함이 되어가는 시대라 우리도 굳이 '나'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좋을 소식이에요.

"이 아이템, 뜰까요?"

창업 전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질문이 조금 잘못됐다고 합니다. 뜨는 아이템도 망하고, 평범한 아이템도 돈을 버니까요.

지인들에게 공짜로 물으면 대부분 호의적으로 답합니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예의상 하는 말이거든요.

그래서 검증의 첫 번째 조건이 '귀찮음'이라고 합니다.

식당이라면 일부러 찾아가겠는가. 온라인몰이라면 배송비를 내면서까지 주문할까. 강의라면 무료 설명회를 듣고 실제로 결제할까.

사람은 정말 필요한 것에는 귀찮음을 감수한다고 해요. 그래서 지인 100명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모르는 사람 10명이 실제로 행동하는지를 보는 편이 훨씬 정확해요.

유튜브가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비디오 데이팅 사이트로 구상됐는데 아무도 데이트 영상을 올리지 않았어요. 영상을 올리면 돈을 주겠다는 광고까지 했는데도요.

창업자들은 데이팅이라는 조건을 없애고 고객의 행동을 지켜봤습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반려동물 같은 소소한 일상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유튜브의 성공은 처음의 목적을 달성해서가 아니라, 고객을 보고 배우면서 처음의 목적을 버렸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겁니다.

말은 공짜고 행동은 비쌉니다.

반도체가 벌어 준 세금을 어디에 쓸지, 어제 정부가 답을 내놨어요.

기획예산처가 어제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미래대응기금'을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을 일반 예산에 섞지 않고 따로 떼어 두는 기금이에요.

구체적인 규모는 정부가 밝히지 않았어요. 내년 국세 수입 전망이 나오는 이달 말에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신문들은 100조 원 이상, 또는 최소 120조 원으로 추산했어요. 둘 다 언론의 추산이지 정부가 확정한 숫자는 아닙니다.

이 추산이 맞다면, 정부가 내년 총지출로 잡겠다고 한 800조 원의 15%를 넘게 차지하는 금액이에요.

여기까지, 오늘 레터를 조금만 읽으셨어요.